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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는 왜 자꾸 늘어날까?

크고 작은 모든 건축공사는 일정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최소한 ‘상담-설계-견적-계약-시공’ 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상담과 설계 과정에서는 기록하지 못할 방대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그 내용들이 집약되어 견적서가 만들어지고 계약으로 정리된다. 그리고 또 다시 그 계약을 성실하게 수행하기 위해 많은 대화가 수반되는 것은 필수조건이다. 설계도서와 견적서와 잘 작성된 계약서가 있는데 왜 굳이 많은 대화가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잘 작성된 공사도서라 할지라도 그것만으로 잘 완성되었다는 건축은 들은 적도 본적도 없다. 그것들은 방대한 대화의 내용이나 감정이 기록되어있지 않은 최소화로 압축된 문서이기 때문이다.

대화라는 것은 반드시 사실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 중 생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상당부분 추상적인 내용이 존재하거나 오류나 불확실성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자신의 주장을 상대가 온전하게 인식하고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거나 약속을 한 것으로 기억하는 인지적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건축공사는 일반 공산품을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하는바에 따라 이전과 다른 환경을 만들거나 건축주의 요구에 맞게 새롭게 축조되는 것이어서 물리적인 것과 디자인적 사고와 감정적인 문제를 서로 공감하는 것은 서로 신뢰를 쌓는 것이고 이것은 잘 작성된 계약서 보다 더 중요하다. 대화가 많아지고 같은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것은 인지적 오류를 줄이는 노력이고 좋은 결과를 위한 신뢰의 과정인 것이다.

건축은 예산이 있기 마련이다. 실무에서 경험한 공통적인 유형의 약80%는 최소예산으로 공사를 의뢰한다는 것이다. 이는 스스로 결정한 예산과 실무적 내용과의 부조화로 공사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만족도 또한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소예산은 건축주 스스로가 공사범위나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공사 진행과정에서 자신의 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짐을 체감하게 되고 부득이 증액을 결정하는 일이 반복된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처음에 계획된 예산을 수정하고 추가예산을 확보해야하는 부담이 발생하고 적잖은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내 집을 보수할 때도 스스로 그 문제에 봉착해 난감한 적이 있었다. 이것은 대부분의 클라이언트가 마감 위주로만 결정하는데서 오는 문제들이다. 건축은 기술과 물리적인 요소가 80% 정도이고 심미적, 디자인적 요소가 20%정도이다. 건축이 완성되면 그 20%가 전체를 평가받는 것이 현실이므로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기술적인 것에 취약한 일반인으로서는 당연히 마감 위주로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실무에서는 간과한 80%의 기술적 문제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설계변경, 재료변경, 공기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되어 공사비가 변동되는 것이다. 당연히 공사비가 내려갈 수도 있지만 십중팔구는 늘어난다. 이렇게 최소예산은 20%의 심미적 요소가 80%의 기술적 요소를 감싸게 되어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는 것에 집중하게 되는 건축의 함정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일까?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집 한 채 정도는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그 집을 짓는 것이 너무 행복한 일인데 예산의 문제로 상처받지 말아야 한다.

우선 상담과 설계과정에서 예산에 구애받지 말고 마음속의 그 집을 상상하며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령 예산이 있더라도 그 과정에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예산을 말하는 순간 디자이너의 모든 아이디어, 상상력, 창의성, 경험적 사고 등이 예산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당연히 마음속 아름다운 집이 그냥 춘몽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예산문제를 빼거나 누가 묻더라도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할 예정이다.’ 라고 하면 디자이너는 자신의 경험적 사고와 상상력, 창의력을 유감없이 발휘 할 것이고 그 결과의 차이는 실로 대단할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으로 견적서를 받아보자. 이제부터 준비된 예산에 맞추는 노력을 하면 된다. 선택과 집중의 순간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