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 리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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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이 자꾸 좁아진다.]
주거공간에서 약30년 이전의 거실과 주방은 서로 다른 공간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경복궁의 근정전과 수라간 같은 성격 때문이었을까! 시대적 상황에서는 상당히 합리적이었고 작은 공간에서 용도별 공간나눔이 분명했다. 그러나 공간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문화의 융복합 시대에 맞게 거실과 주방이 하나 된지 이미 오래다. 거실과 주방이 그 기능이 달라도 하나 되는 운명적 만남은 한정된 공간에서 공간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었다.
공간의 심리적 측면에서 보면 한 공간에 약90㎝ 이하의 낮은 가구나 어떤 물건이 놓여있을 때 이쪽과 저쪽이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반면 그 이상일 경우에는 분리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 어느 아파트 분양사무실에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는데 분양 평수에 비해 거실이 엄청 넓게 나왔다는 이유였다. 분양면적은 같은데 모든 공간의 크기는 비슷하게 하고 거실만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는 기술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일종의 트릭이었다. 단지 거실과 주방의 경계를 제거했을 뿐이었다. 거실에서 보면 주방의 공간까지 확장되는 듯한 느낌이었고 주방에서 보면 거실 쪽으로 상당부분 확장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ㄱ’자나 ‘ㄷ’자의 주방가구가 거실과 주방을 경계지게 하더라도 그 높이가 90㎝ 이하이니 확장된 느낌은 변함이 없었다. 그렇다고 공간이 늘어나지도 않았다. 이것은 심리적 공간개념을 활용한 분양전략이었고 이 전략이 대 성공을 거두며 모든 건설사가 앞 다투어 도입함으로서 지금의 융복합된 공간을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또 적잖은 고민거리가 생겨났다. 사실, 공간에 대한 심리적인 효과였지 주방의 공간은 늘어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주방에 쓰이는 가전이 점점 다양해지고 그 크기가 점점 더 비대해 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주방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거실대비 주방은 약 30~40% 정도의 적지 않은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주방가구가 거실공간으로 침범하는 것을 극히 꺼려하는 상황에서 대형 양문형 냉장고는 기본이고 김치냉장고, 식기세척기, 오븐렌지, 개수대, 전기렌지, 전기밥솥, 정수기 등을 적절하게 배치해야 하고 적정한 수납공간까지 설계하자면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다. 그리고 다용도실은 다용도실대로 세탁기와 건조기가 설치되어 유휴공간이 사라져버린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채소를 직접 재배해 먹을 수 있는 가정용 ‘식물재배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대중화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주방 공간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노현상의 생각하는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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