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시대를 풍류하며 우리의 감성에 머물다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안개와도 같다. 이슈를 동반하거나, 사람의 감성을 흔들어 놓을 만큼 매력적으로 스며들기도 하고, 화려한 불꽃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 어쩌면 디자인을 두고 한 말처럼 느껴지는데 언제나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안개처럼 홀연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기억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아련한 추억과도 같고 복고적 디자인이 윤회하기도 해서 영원히 사라진다고도 말할 수 없으므로 디자인은 참 어려운 말이다.

공간디자인은 모든 사물을 순수하게 보고 목적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 어느 공간이든 사용 목적이 있게 마련이고 그 공간을 지배하는 것은 사람이고 공간은 그 사람의 이용 목적에 맞게 개선되는데 그것이 ‘공간디자인’이고 ‘인테리어’를 의미한다.

공간디자인의 프로세스는 ‘목적-공간-디자인’이다. 그러나 'The past'(과거)는 'The Present'(현재)를 지배한다는 논거로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사람을 중심으로 보면 지금의 “나”는 과거를 살아온 삶의 모든 흔적 위에 완성된 모습이고, 시간을 중심으로 봐도 The present(현재)는 과거 역사의 흔적 위에 세워진 모습이 아닌가! 현재는 과거가 지배한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공간을 이용하려는 사람의 과거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 여기에서 과거는 나의 생활 습관, 사회적 통념과 다른 나만을 특정하는 무엇이므로 공간디자인의 프로세스는 “Life Style(공간을 이용하려는 사람의 과거)-목적-공간-디자인”으로 봐야 한다. 그냥 “개성”이라고 해도 무방하므로 “개성-목적-공간-디자인”이라고 해도 되겠다.

그래서 공간디자인은 목적 이전에 사용자의 Life Style(개성)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사람의 개성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서 환경개선 후에도 연어의 회귀본능처럼 과거의 습관들로 돌아가려는 본능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많은 공간디자이너가 ‘나는 완벽한 디자인을 해본 적이 없다’라는 소회가 이것을 반증하고 있다. 즉 사용자가 불편한 것은 잘못된 공간디자인으로 인식하는 현실에서는 깊이 고심해야 할 공간디자인의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