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머릿속은 오늘 해야 할 일들로 가득하다. 침실에서 욕실로, 주방과 드레스룸으로 부산하게 움직이다 보면 또 10분을 훌쩍 넘기고 만다. 조급함에 정리하고 말게 없다. 잠시 창을 열고 바람의 감촉을 느끼거나, 안쓰러운 피부에 따스한 햇살을 쬐어주거나, 밤새 공격해오는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용케 견뎌온 심폐기능을 위해 심호흡 한번 할 틈이 없을 만큼 아침은 인생에서 가장 빠르다.

복잡한 하루의 계획들이 차 한 잔에 녹아 들어온다. 창을 열고 말 전하기 좋아하는 바람에게 나의 존재를 세상에 부탁한다. 아침을 먹고 난 후에도 아직 여유가 있어 밤새 뒤척인 흔적들을 정리한다. 아침이 더없이 평화로운 것은 가장 빠른 시간을 이겨내는 것이다. 그리고 공간이 나와 하나되어 호흡할 때 아침은 늘 감사하다.

나는 이 공간을 정복했지만 군림하지는 않을 것이다. 초록 몬스테라와 고무나무를 키우고 예쁜 내가 그윽한 향기가 되어 집안 가득 채울 것이다. 내가 차지하는 공간은 소파 하나와 침대, 그리고 작은 책상이면 족하다. 나머지 공간은 항상 허락 없이 들어오려는 햇빛에 아낌없이 내어 줄 것이며 세상 이야기를 담아 올 반가운 누군가를 위해 비워둘 것이다. 언젠가는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도 들리겠지~~~